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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차

내가 개발하던 서버와 묶여있는 마스터 서버가 먹통이다. 그래서 쿠버네티스 관련 명령어가 하나도 듣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저번 화이트보드 세션에서 나온 이야기를 반영해서 지금까지 구성해둔 코드에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정리했다. 엄청 막연했던 컨셉이 구체적으로 잡히니 무엇부터 해야할지 엄두가 나기 시작했다. State Machine 기법으로 나눈 각 State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그 안에 담을 기능을 구체화하니 구현해야할 함수도 명확해졌다. 화이트보드 세션에서 운영 관점으로 나온 이야기를 다 구현하려면 한 스프린트 (2주) 안에 못 나오므로 2주 안에 개발할 수 있는 것만 선정해서 개발하기로 했다. 일단 MVP니까 돌아가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으니 그에 맞게 열심히 설계하고 내가 짜둔 코드에 어디까지 구현됐는지 확인했다. 주간 보고 적느라 반나절 소요 됐다. 써머리도 적으라고 하니까..ㅠ

 

회사 출근

회사 출근해서 뭐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엄마가 새벽부터 쪄준 공주 밤을 숟가락으로 퍼먹고 간식 먹다가 플랫폼을 이용해주실 고객님 이야기를 오전 내내 한 것 같다. 목표를 정해야 하는데 정확한 상황을 몰라서 의사소통이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네이버 앞 스시쿤? 무슨 쿤이라는 가게에서 오마카세 먹었는데 비장이 약해 비린내를 맡으면 구역질을 하는 관계로 마구로, 참치, 고등어 등 붉은 생선은 다 팀원들에게 양보했다. 크으 비싼 부위만 양보하는 관대함! 그대신 계란 초밥을 받아 먹었다. 팀원들이 회 먹을 땐 무조건 내 근처에 앉겠다고 한다. 어린 복어 튀김도 나오고 전복 내장 양념 전복도 나왔는데, 도미회가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양보하고도 엄청 배불렀는데 이날 밤에 몸이 너무 가려워서 난생 처음 잠을 설쳤다. 처음 먹어본 전복 내장이나 어린 복어 튀김이나 처음 먹어본 물고기 중 무언가가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켰나 보다.

 

15일차

몸이 가려워서 건조해서 그럴 수도 있으니 잘 씻고 기름진 로션을 듬뿍 바른 상태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몽롱했다. 몸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이상하게 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면서 코드를 단계별로 나누고 새로 필요한 기능 관련 함수를 짰다. 서버가 아직 먹통이라 테스트 없이 짜는 게 불안하지만 전에 짜둔 코드를 바탕으로 최대한 오류 없이 짜려고 노력했다. 클래스를 나눠서 하라고 했는데 일단 기본 기능부터 만족하는 게 우선이어서 클래스 없이 함수만 이용해서 짰다. 각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도록 하면서, 특정 조건을 벗어나지 않으면 무한 루프를 돌게 해야 하는 부분, 상황에 맞는 개수만큼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혼재되어 머리가 복잡했다.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다가 지쳤다. 의욕이 떨어졌는데 운전면허 갱신도 해야하고 피부과도 일단 가야해서 갔다오고 나서 하자고 생각했다. 저녁 먹고 느긋하게 내일 할 일을 정리해보고 마무리했다.

 

16일차

전날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에 필요한 요소 적고, 이미 짜둔 코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정리했다. 그러고나서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코딩했다. 안 되는 부분은 개발과정을 담은 컨플루언스 페이지에 정리했다. 추후 고민해야 할 부분도 따로 적었다. 계속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려보면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경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거고 다른 경우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계속 이렇게 생각하다간 끝이 없겠다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개발하고 나면 개선해야할 점이 계속 생각난다. ㅠㅠ 이렇게 하고나자 피곤이 잔뜩 몰려왔다. 컨플루언스에 정리하고 컴퓨터를 껐다.

 

회사 출근

오전에 간식 먹고 개발하고 있는 것 중 궁금한 거 질문했다가, Agile한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들었다. 2주 안에 MVP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기간에 맞게 개발 범위를 한정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내가 자꾸 파고드는 성향을 보여드리자, Devide and Concurr 방식으로 데모 시나리오도 정해주셔서 그렇게 데모하기로 했다. 테스트할 때 필요한 테스트 함수도 pseudo 코드로 짜주셨다. 뭐 엄청 이해가 쏙쏙 가는 건 아니지만 팀장님이 그렇다고 하시니까 믿기로 했다. 팀장님 반차셔서 우리 셋만 그램스 그라운드 가서 스노우 크랩 메뉴랑 무슨 스테이크, 멕시코 음식 그 뭐지 무슨 쵸? 또띠아 같은 거에 채소 이것저것 넣은 거 하여튼 그거 새우튀김 들어간 거랑 매운돼지볶음밥? 그런 거 시켜먹었는데 다른 건 별로였고 스노우 크랩이랑 멕시코음식 새우튀김 무슨 쵸가 젤 맛있었다. 아주 상큼한 느낌! 스노우 크랩은 단단한 살 부분은 괜찮고 껍질에 붙어있는 거품 같은 게 비린내가 좀 나기는 하는데 까먹기 좋아서 합격. 오후에는 챗봇의 구동원리에 대해 설명 듣고 예전에 건드려본 컨플루언스 REST API 이용하는 클라이언트를 활용해야 된대서 잠시 멘붕. 아 그거 다 까먹었는데. 개발 환경 구성해놓은 거는 라이센스 기간이 다해서 쓸 수 없다. 할 수 없이 회사 컨플루언스에 어떻게 연결했었는지 찾아야 한다! 계정 정보는 지라 들춰보면 나올 것 같은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부터 끝내야지 그걸 건드리면 며칠 또 잡아먹을 것 같은데ㅜㅜ 금요일인데 세시반에 못 가고 5시에나 퇴근할 수 있었다. 그래도 희소식! 재택근무가 1주 연장 되었다! 덩실덩실~

 

17일차

팀장님께 마스터 서버를 재부팅해달라고 부탁 드렸다. 껐다 켜니 ssh로 잘 들어가진다. 쿠버네티스 명령어는 잘 되는데, 시스템 관련 팟 중 안 뜬 애가 있어서 마스터쪽 다시 다 지우고 다시 연결했다. flannel 쪽만 리셋하면 되는데 다 지우고 다시 까는 게 제일 깔끔하다. 워커 쪽도 지울까 하다가 팟 띄우려고 yaml 찾는 것도 귀찮기 때문에 그냥 진행했다. 팀장님이 스탠덥 미팅에서 내가 개발 중인 기능 MVP를 이번 스프린트 때 하자고 하셨다. 컨플루언스 REST API는 지금 당장 안 해도 된다고 한다.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나 부족한 기능인데 어떻게 데모를 해? ㅜㅜ 기존에 짜둔 코드에 오류가 없는지 테스트 해보고, 화이트보드 기술 세션 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코드를 다 뜯어가면서 수정했다. 아 왜 나는 회사가기 전날 이렇게 바쁘고 힘들고 일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지? 주말 지나고 난 후라 일하기 싫었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다 했다.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음악 찾아서 일하니 생산성이 최대로 오른다! 유투브에서 느낌 오는 음악 틀고 함수 간 역할을 잘 생각하면서 짜니까 물 흐르듯이 코딩했다. 다행히 저녁 먹기 전에 목표한 부분까지 잘 나와서 그 다음 고민해야할 내용은 컨플루언스에 정리했다. 코스트코 구매대행으로 시킨 러그가 커도 너무 크다. 반품할까 했는데 구매대행은 반품 안 된다고 그래서 반품하려고 다시 포장한 걸 다시 뜯었다. 사이즈 잘못 시킨 러그를 반으로 접으니 딱이다. 누워 있으면 아주 좋다.

 

회사 출근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이걸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질문하자, 그건 MVP를 구현한 다음 추가로 개선해야하는 내용을 논의할 때 나와야 하는 이야기라면서 MVP는 최소의 기능만 되게 구현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럼 다했잖아?! 라는 생각에순간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멍 때리는 표정으로 '그럼 다했는데요.' 하니까 팀장님이 바로 보여줄 수 있냐고 하셨다. 그래서 바로 시연했다. 그대로 MVP 종료. 바로 다음 Task로 넘어간다. 너무나 Agile해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어른인 척 넘어갔다. 다음 업무는 기획이란다. 머리가 멍해진다. 뭐부터 해야하지? 그나마 스타트업에서 일해봤던 내가 더 빨리 잘할 것 같다고 한다. 이미 기획이 완료되어 구현된 것들이 있는데 뭘 더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건 추후에 알려준다고 하신다. 회사의 임원급이 KPI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팀장님의 강의를 들었다. 네트워크 강의도 듣고, 아이피 주소랑 도메인이랑 호스트 파일이랑 관계도 듣고 HTTP Request하면 나오는 결과값 코드 설명도 들었다. 팀장님이 은퇴하셔서 컴퓨터 학원 여시면 C 강좌 좀 들으러 가야겠다. 그래니 살룬에 가서 미트볼 잔치를 벌였다. 거의 다 토마토 소스 위주로 시켰는데 다 치즈가 그득그득, 피자를 게살 크림으로 시켰으면 큰일날 뻔 했다! 라구 소스 라자냐도 맛있고, 무슨 스테이크에 바질 페스토 같이 생긴 소스 다래순 맛 나는데 아주 고소해서 밥에 비벼먹으면 엄청 맛 날듯, 여기 스테이크 맛집! 냄새도 안 나고! 미트볼 싫어하는데 잘 만들어서 목이 막히지 않는 동그랑땡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리조또도 시켰는데 많이 시켜서 남겼다. 고기와 치즈가 너무 많아서 오후에 너무 졸렸다. 오후에 임원들이 KPI를 보는 관점에 대해서 강의를 들었다. 그 와중에 우리 플랫폼 이용하는 고객님이 남들에게 뙇 뭐했는지 보여주는 자리가 있었다. 구경은 못하고 긴장된 상태로 반응을 기다렸는데 무난히 잘 넘어갔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결론은 뭐든지 설계부터 잘해야 한다! SRA 99.9999% 흠.. 거참.. 금융 앱도 이렇게는 안 하는데. 통영 미나리즙으로 치즈와 고기에 탁해진 피를 정화했다.

 

18일차

회사 갔다온 다음날은 졸리다. 러그 깔아둔 온수매트에 엎드려서 고양이처럼 빵이나 굽고 싶은데 주간보고 쓰라고 해서 열심히 쓰고 써머리도 적으라고 그래서 5분만에 적은 것 같다. 갑자기 성과 평가 시즌이라면서 올해 내가 한 업무에 대해 평가를 하란다. 작년까지 데이터 분석 업무만 하다가 올해 3월부터 급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든 거라 요리조리 배우고 새로 시도하고 책 사고 읽고 검색하고 읽고 코드 실행하고 응용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구현하는 과정을 거쳤다. 성과 목표, 진행 내용, 의견 나눠서 쓰라는데 그동안 정리해놨던 컨플루언스 페이지, 지라 이슈, 주간보고 등을 계속 봐가면서 키워드 뽑고 그 내용으로 정리했다.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워서 점심시간에 점심 안 먹고 나가서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돼지고추장찌개에 밥을 후루룩 말아먹으면서 공격적이고 남들보다 뛰어나보이게 작성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최초? 안정? 비용 절감? 뭐.. 내가 담당한 영역이 Platform Orchestration이라서 일단 이 단어가 간지난다. 그런데 성과 평가 때 저 단어 하나만 쓸 수가 없으므로.. 머리를 쥐어짰다. 올해 이 팀 와서 jira 정리한 거 Task 별로 다 나누고 주간보고도 보면서 정리하다 보니까.. 삽질의 흔적이 보였다. 하다가 만 것들 말이다. 책도 사고 익히면서 하다가 성능을 낮출 수도 있어서 그만 둔 것들. Performance Tracing 하는 Jaeger, Envoy proxy, Istio 등. 다른 기능도 다 구현해놓고 끝을 안 봐서 의아해하던 중인데 이번 성과 평가에만 안 들어가지 결국 올해 안엔 할듯 싶다. 그동안 매번 바쁘게 뭔가를 새로 배우고 적용하고 가능성을 찾고 리서치했는데 결론난 게 별로 없어서 뭔가 해놓은 게 없다고 푸념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팀장님의 큰 그림. 큰 그림 안에서 꾸역꾸역 따라가다 보니까 뭔가 구현한 결과물이 있다. 최근에 완료한 MVP도 내가 엄두도 못 낼 큰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완료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다. 바로 바로 피드백 받고 수정했으면 1달 반이면 충분했을 것을 2달 반이나 걸렸다. 원인은 재택근무, 회의 참석으로 인한 업무 시간 부족. 5일 중 2일은 거의 없는 셈이었다. 그래도 끝낸 게 용하다. 저녁 굶고 겨우 다 쓰고 나니 비근로시간 빼고 11.5시간 근무.. 저녁 먹고 바로 누워 잤다.

 

회사 출근

오전엔 재택근무하다가 오후에 출근. 오전엔 MVP 완료 문서 작업하고 어제 쓴 내 성과 평가도 좀 수정하고 jira 티켓 정리하고 개발한 기능 Bitbucket에 올렸다. 지난번 윈도우즈 업데이트로 다 날아가서 소스트리 다시 다운 받았는데 리눅스 연결방법대로 하면 필요 없어서 괜히 깔았다. 리눅스 서버 연결해놓은 상태인데 자꾸 에러나서 보니까 사용자 등록이 풀려있었다. 좀 고쳐주고 git add --all -> git status -> git commit -m "말말" -> git push origin master 하니까 잘 올라갔다. 이걸 오전 중에 하고 스탠덥 미팅도 했는데 주요 주제는 성과 평가였다. 나는 어제 다 해놔서 여유로웠는데 다른 팀원들은 다시 다 수정하느라 말이 없었다. 난 오후에 출근하기로 해서 직접 봐주시기로 했고 다른 분꺼 미리 보신다고 하셨다. 머리 감고 회사에 출근했는데 배고파서 사내 식당에서 10분만에 청국장찌개랑 보쌈 먹고 회의실로 향했는데 팀장님이 다른 팀원꺼 성과 평가를 첨삭하고 계셨다. 양치하러 갔다오는 동안 팀장님은 첨삭 마무리하시고 메일로 보내시는 것 같았다. 내꺼 보는데 꼼꼼하게 했다면서 칭찬해주셨지만 제목이 구려서 엄청 열심히 수정해주셨다. 성과 평가 항목도... 군데 군데 구린 부분을 지적해주셔서 고치는 방법을 듣고 따로 적어놨다. 성과를 달성하려면 위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외부 발표 자료를 봐야한다고.. 그런 다음 피곤하시다길래 커피 사드린다고 하고 나는 오미자냉차 시켰다. 다시 돌아와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피시 본을 활용해서 기획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마인드맵과 비슷하게 전개해나가다 보면, 현재 상태에서 빠진 부분이 무엇이고, 어느 방향으로 개발을 해나가야 하는지 보인다고 하셨다. 그 부분을 외주에 요청을 하라고 하셨다. 깊은 깨달음을 얻고 언제 팀장님처럼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외주와 미팅을 한 후 EKS 쿼리문을 보고 비싼 거 싼 거 나누고 비싼 거는 뺐다. 오랜만에 쿼리 보니까 반가웠다. 용량 걱정을 하길래 추가 EKS 계정을 넘겨주기로 했다. AWS의 글래셔랑 S3처럼 한쪽은 장기간 데이터 보관, 다른 쪽은 단기 데이터 보관으로 가는 전략을 쓰기로 했는데, 실제로 그 방법을 쓰다니 신선하다. 외주에서 베타테스트 요청해서 다음주는 물고기뼈 그림 좀 그리고 베타테스트 하게 될 것 같다. 집에 와서 피드백 받은 내용 수정하고 퇴근!


WRITTEN BY
호두만듀
생활형 블로그 심심할 땐 끼적끼적 바쁠 때도 끼적끼적 자나 깨나 끼적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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