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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괜한 재채기를 할 때도 있었고 남들보다 좀 더 더워했다. 처서가 가까워져 새벽엔 싸늘해서 남편은 추워했는데 나만 더웠다. 배란기라 그런가. 비염이 있지만 평소보다 콧물도 더 있는 것 같고. 환절기가 다가와서 그런 거려니 생각했다.

주변 팀원들이 차례로 확진될 때마다 몇 번이고 신속항원검사를 해왔지만 맨날 꽝이었다. 팀 내에서 슈퍼면역자로 불렸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해서 회사 갈 때 빼고 거의 집에 있는데, 남편이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어제 저녁에 한산을 보러 다녀왔다. 영화관에 우리 포함 7명 정도가 있었는데, 서로 둘 셋씩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앞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썼던 것 같긴 하다. 사람 별로 없는 영화관은 추워서 오들오들 남편한테 딱 붙어서 영화를 봐야했다. 나올 때 목이 거칠거칠 따끔거렸다.

 

1일차

자고 일어나니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평소에 무겁던 것보다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어제 저녁에 폭식도 안 했는데. 내가 상태가 좀 이상해보이는 걸 보고 남편이 체온계로 내 체온을 쟀다. 37.1도. 이상하다고 보기엔 애매했다. 이틀만 근무하면 주말이니까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목이 간질간질해서 기침이 났고, 열도 나고 몸의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버거웠다. 목에 모래가 낀듯 타는듯한 목마름이 제일 괴로웠다. 옆자리의 팀원에게 확진 때 증상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내 증상과 완벽히 일치했다. 다음주에 휴가가 잡혀 있어 확진되면 안 되는데 하면서 내과 병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는데, 음성 때와는 달리 웬일로 금방 나를 불러서 양성인 걸 눈치챘다. 호텔 숙박 취소, 약속 다 취소하면서 주변에 알렸다. 이번달에 임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자, 의사가 그러면 타이레놀 빼고 약을 지어줄 수 없다고 했다. 산부인과 가서 약을 따로 받아서 먹으라고 했다.

회사로 돌아가서 가방을 챙겨서 얼른 나오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회사에 감염병 신고를 하고 지역 보건소에 전화해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산부인과 전화번호 받아서 의사에게 처방 받고 처방전은 팩스로 받았다. 남편 직장으로 보내게 해서 남편더러 약을 받아오게 부탁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아직 임신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서 약을 먹어도 된다고 했던 것 같다. 항생제까지도 처방 받았다.

--격리 시작--

집에 가자마자 내가 있을 장소를 정하고 그 동선으로만 다녔다. 돌아다닐 땐 몰랐는데 집에 가니까 너무 열이 많이 나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방 내려놓고 바로 미지근한 물로 물샤워를 했다. 상시 데워놓는 루이보스, 카모마일 차를 60도로 설정해두고 계속 마셨다. 1리터씩 계속 추가해가면서. 정확한 횟수는 기억 안 나는데 3-4번째부터는 너무 묽어지니 보리차를 넣어서 마셨다. 누워있다가 목 마르면 물 마시고 화장실 갔다가 물 샤워해서 온도 떨구고 물 마시고 눕고 그렇게 쉬다가 화장실 갔다가 물 마시고 눕고 계속 반복이었다. 너무 물을 많이 마셔서 잠이 안 왔다. 좀 쉴만 하면 화장실이 가고 싶으니 억지로 안 움직여지는 몸을 움직였다. 약 안 먹고 그러고 있다가 점심 때 되어서 남편이 밥 먹고 약 먹으라고 약을 놓고 갔다. 반찬 1가지에 밥 먹고 약 먹었다. 열이 많이 나는지 이마가 지끈거렸다. 타이레놀(해열제)를 빼먹고 다른 약만 먹었더니 체온이 38도를 넘어갔다. 선풍기를 약하게 틀고 물샤워를 몇 번이고 하면서 물 계속 마시고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으니 말 거는 사람도 없어서 목이 아프지도 않았다. 가끔 기침을 할 때 죽을 사람처럼 가래기침을 했다.

계속 쉬지 않고 물 마시고 눕고 화장실 가고 물 마시고 반복했다. 이미 확진되었다가 격리 풀린 지 10일 된 동생에게 연락해서 열 떨어뜨리는 방법과 가래 기침 대응방법을 물어봤다. 젖은 수건으로 몸 닦아주는 거랑 샤워하면 열 떨어진다고 하고, 가래 기침은 굵은 소금을 진하게 물에 타서 가글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녁 먹고 해열제랑 같이 약 챙겨먹고 양치하고 소금을 물에 엄청 타서 그걸로 가글했다. 그랬더니 온갖 콧물과 가래가 나오는 것 같았다. 다 빼고 난 뒤, 물을 엄청 마시고, 누웠다. 호흡도 편안하고 살 것 같았다. 체온이 38.6도여서 이마에 젖은 수건을 올려서 열을 빼고 나니 잠도 잘 왔다. 젖은 수건을 이마에 올리면 몸은 추운데 머리가 덜 아프다. 목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 새벽에 2-3시간마다 깨서 화장실 가고 물세수하고 따뜻한 물을 마셨다. 너무 얼굴이 뜨거우면 젖은 수건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중간 중간 에어컨을 틀었다가 껐고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놔서 열을 내렸다.

 

2일차

아침에 일어나니까 상태가 많이 괜찮아졌다. 밤새 물 마시고 화장실 간 보람이 있는지 가래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에 체온을 재보니 38.4도 였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갔다가 물세수를 하고 물을 또 마셨다. 아침 먹고 약 먹고 1시간 정도 한숨 잤다. 땀을 흘리면서. 말을 거의 안 해야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묵언 수행 중이다. 그럼 다시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루틴을 반복하러 가야겠다.


WRITTEN BY
호두만듀
생활형 블로그 심심할 땐 끼적끼적 바쁠 때도 끼적끼적 자나 깨나 끼적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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