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에 해당하는 글 2건

같은 팀 분이 인공 수정 2번 정도 시도했다가 시험관 시술로 1번에 다태아를 임신한 것을 보고 올해 1월부터 시작하자고 마음 먹었다. 정황 상 승진도 되었고 올 연말 쯤이나 내년 초에 출산 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한 2-3달 정도 생리 소식이 없어서 인공 수정 한다고 호르몬 주사 막 때려맞았다고 난소가 나 피곤해 좀 쉬어간다 하는 상태 같았다. 원래 다니던 분당차(인공수정 1회 진행했음)에 예약을 잡을 때 담당 선생님이 바뀌셨다고 했다. 같은 팀 분들도 그렇고 자주 다니는 마사지 샵 원장님도 그렇고 자꾸 분당제일로 몇 달 째 가라고 하는 거다. 잔소리 듣기 싫어서 그냥 하루 마음 먹고 출근 전에 분당 차 가서 서류 다 떼어오고 (나는 차병원 원무과 갔다가 난임센터 가고 쌩쑈했지만 그냥 난임센터 원무과에서 다 떼주니 참고)  분당제일 가서 모든 서류(진료 기록까지)를 다 제공했다. CD는 괜히 받았다. 집에 CD기 있으나 없으나 굳이 받을 필요 없을듯. 솔직히 시설은 분당차가 월등하다.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고 그 층에서만 이동하면 되니까 편하다. 분당 제일 여성 병원 방문한 첫 날에는 시설이 좀 별로여서 왜 여길 자꾸 다들 추천하지? 생각했다. 전에 전화했을 때도 원하는 선생님 이야기하니까 여러 번 실패한 사람만 배정 받을 수 있다고 그래서 기분 나빴고. 이래저래 초반엔 좀 그랬었다.

분당제일여성병원 간호사 선생님께 일단 추천 받은 선생님을 이야기했더니 다음에 하라고 했다. 좀 젊은 여자 선생님을 배정받았는데 따뜻하게 잘 말씀해주셔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생리를 안 하니까 배란촉진 주사를 맞고 8일 만에 생리 시작되었다. 딱 2일차에 방문해서 3일차부터 고날에프 주사를 맞으라고 받아왔다. 냉장보관해야 해서 좀 번거롭다.

인공수정 시도할 때도 느낀 거지만 맨날 주사는 엉덩이에만 맞다가 내가 직접 통통한 배에 놓으려니까 긴장 된다. 잘못해서 혈관에 놓으면 엄청 아프다. 피도 많이 나고. 후.. 살쪄서 주사 놓는 게 그나마 덜 아픈 것 같다고 위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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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다른 사람들은 시험관 할 때 막 배에다가 아침 저녁으로 주사를 놓는다는데, 나는 호르몬 검사했을 때 다행히 10대 후반 정도(?)로 나와서 거의 하루에 한 번씩만 맞았다. 시기에 따라 150~225 정도로 맞았는데 막 줄였다가 늘였다가 난포 상태 보고 조절이 되어서 더 헷갈렸다. 주사 수첩을 줘서 용량을 보고 맞으라고 하는데 우리 남편이 주사 수첩 안 보고 막 놔줘서 어느 날인가 75를 덜 맞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며칠 지나고 알아서 너무 당황...

애들이 좀 잘 영글었나 3-4일 기준으로 병원에 가는데 선생님이 '아주 잘 자라고 있네요' 하셔서 내가 '(난자가) 한 10개 나오려나요?' 물었다. 회사 옆 분은 한 30개 뽑았다고 했었다. 계란 한 판인 줄.. 복수 차고 고생했다는데..

선생님이 '아니요. 10개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라고 하셔서 으잉 했다. 그래도 되는 것 맞나 생각하면서도 괜히 뿌듯했다. 그래서 주사 용량을 줄여주셨다. 바로 주사만 받고 시킨대로 주사 놓았는데 중간에 원하던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선생님마다 각각 가치관이 다르신지 '한 번에 다 뽑아야 하는데 왜 용량을 줄였지?'라고 하셔서 시킨대로 했다고 대답했다. 다시 용량을 늘려서 맞는데 2일치라 별 의미는 없었을 수도.. 배란 4~5일 전에 고날에프랑 가니레버를 챙겨들고 거의 처음으로 스키장엘 갔는데 몸치인데도 너무 신나게 스키를 타고 눈이 폭신해서 넘어져도 방석 같이 포근했어서 그런가 난자들이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영근 것 같다. 포도알처럼 주렁주렁..배란 시기가 다가오면 배란 못 하게 막는 주사도 추가로 주시는데 밤마다 2대씩 맞으려니 슬펐다. 가니레버가 고날에프보다 좀 더 아프다. 

난자 추출 전에는 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를 추가로 맞는데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나는 난자 추출 시간이 아침 9시 40분으로 정해져서 이틀 전에 오후 3시, 9시 40분에 꼭 맞아야 했다.

이상하게 난자들이 잘 영글어 갈 수록 배가 딴딴해지고 젖꼭지가 돌같이 단단해지고 배 살짝 눌러도 아픈 것 같고 배가 너무 불러서 밥 조금만 먹어도 뱃가죽이 찢어질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좀 예민해진다. 이걸 복수가 찬다고 그러는데 난임센 터에서 권하는 주사 맞으면 막 난소가 있는 자리가 가끔 찌릿하고 어지럽고 메스껍기도 하다. 이 시기에 무리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배고프면 너무 허덕일 정도로 배고프다. 나는 뭐 따로 안 찾아봐서 난자 추출할 때 그렇게 아픈 줄 모르고  의사 쌤과 간호사 쌤이 알려준 것만 알았는데 난소를 바늘 같은 걸로 찌른다고는 들었다. 시술 전에 심장초음파 검사 끝내고 화장실 갔다가 수술복 입고 침대에 누워서 정맥에 수액 맞고 좀 기다리니까 간호사 쌤이 수술방으로 안내해줬다.

수술방 들어가니까 간호사 쌤이 무섭게 굴욕 의자에 앉아 다리 얼른 계속 내리라고 그래서 열심히 말 듣고 기분은 별로였지만 수면 마취 들어가기 전에 잘 부탁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말하고 마취 들어갑니다 소리에 눈을 감았는데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소리에 눈 뜨니깐 아까 누워 있던 침대였다. 수면마취에 내가 잘 안 일어나서 날 흔든 것 같다.

# 난자 채취 직후 및 1일차

뭔가 푹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오른쪽 갈비뼈 부근 근육이 아팠다. 내 무거운 무게를 간호사 쌤들이 들고 옮겨주느라 내 갈비뼈 눌렸나 엄청 아팠다. 아직 마취약이 덜 깨서 좀 더 잤다. 좀 더 자니까 뇌 및 눈이 또렷해져서 누워있는 게 지겨워졌다. 분명 내 양 옆이 나보다 늦게 왔는데 먼저 가는 거다. 왜 나는 안 부르지 왜 안 부르지 하고 2-30분 넘게 고민하는데 수액도 바닥났다. 그래서 수액 빼달라고 했다. 너무 아프면 진통제 놔야할테니 혹시 몰라 좀 기다렸다가 빼준다고 했다. 흐음 더 누워있는데 크윽 너무 괴로웠다. 하필 온풍기가 내 얼굴을 향해서 바람을 쐈다. 추운 집에서 자라 더운 건 못 참는데 너무 괴로워서 죽을 것 같았다. 누워있는 건 참겠는데 더운 건 못 참겠어! 수술복 벗고 싶은데 그럼 알몸이란 말이야!! 몸을 막 뒤척이며 이불 좀 걷으려고 몸에 힘을 주는데 허억 너무 아팠다. 

간호사 쌤들도 나보고 힘들면 더 누워있으라고만 하지 집에 가란 소리를 안 했다. 흐엉.. 내가 덥다고 난리치니까 수액 바늘은 빼줬고 잠깐 앉아서 지혈하라고 했다. 5분 정도 천천히 180까지 셌는데 와 식은땀이 줄줄 나고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았다. 다시 누워서 20분 정도 쉰 것 같은데 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너무 더워서 화딱지 난다고 했다. 그래서 간호사 쌤이 날 다시 앉혀서 혈압 쟀는데 최저혈압이 60초반, 최고혈압 90 정도 나왔다. 솔직히 좀 어지러웠고 붕 뜬 느낌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우겼다. 일단 토는 안 나오니까 더운 곳을 얼른 벗어나고 싶어서 나왔는데 탈의실에서 주저 앉았다. 화장실 가서 타일에 얼굴을 기대면 시원해져서 좀 어지러운 게 가시지 않을까 싶었다. 화장실에 사람 있는 줄 알고 토 참으며 기다리는데 간호사쌤이 내가 기다려도 계속 안 나오니까 들어와서 화장실 체크해주고 들어가게 했다. 화장실에서 타일에 기대고 얼굴 세수하고 정신 차려서 옷 간신히 입고 나왔다. 저혈압 증상에 아래 아프니까 정장 면바지 입고 온 거 후회됐다 무조건 고무줄 바지 헐렁한 거 입고 와야 한다. 양말 신을 때 굽혀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던지..

마침내 수술방을 나오니 남편이 다른 사람은 나오는데 내가 안 나와서 무척 걱정했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포카리스웨트 500미리 2개 사온 남편. 그런데 내가 엄청 창백한 상태로 나와서 뭐가 잘못됐나 생각했다고 했다.

후각이 예민해서 아래에서 나는 피 냄새까지 나는데 일단 간호사실 가야해서 5층 가서 그 앞에서 차례 기다리는데 너무 어지러웠다. 소파에 막 누워버렸다. 설 연휴고 끝날 시간 다 되어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간호사 분 4명이 갑자기 뛰어오셔서 나를 구석 소파로 옮겨주시고 다리쪽에 베개를 올리고 혈압을 재주시고 최저혈압 50 뜨고 이러니까 갑자기 입에 막대사탕을 물려주시고 괜찮냐고 계속 체크해주셨다. 왜 수술방에서 더 쉬게 냅두지 누가 올려보냈냐며 하시면서.. 그래서 내가 너무 더워서 집에 너무 가고 싶었다고 여기는 살 만하다고 했다. 그러고 10분 있으니까 60후반대로 혈압 올라와서 밥 못 먹고 피 쏟아서 저혈압 된 것 같다고 이제 괜찮다고 했다.

아침을 맨날 먹어야 하는데 못 먹고 난자 채취해서 저혈압이 세게 온 듯. 채취 전날 12시부터 금식하라고 하는데 나한테는 그게 쥐약. 저혈압 있는 사람은 꼭 사탕 챙겨가서 회복할 때 먹어줘야 할 것 같다.

간호사 쌤께 상담을 하니 난자는 총 20개 채취했다고 했다. 자궁 및 난소에 바늘을 최소 20방 찔렀다는 이야기다. 난자 채취 후 정자랑 수정시키고 5일 정도 배양 후 PGT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 나에게 맨 처음 난임센터 권하신 LG케어 담당자 분이 꼭 하라고 알려줬어서 혹시 몰라서 신청했다. 이게 한 2-3개만 해도 100만원인데 일단 5개치 선결제했다. 수정하고 배양하면 5일까지 가는 배아는 몇 없다고 했다. 수십년 우리 아빠가 키운 유기농 농산물을 먹어온 내 튼튼한 난자를 믿는다. 혹시나 5일까지 못 갈 배아는 3일째 냉동하기로 했다. 유전자 검사 후 비정상 배아는 폐기되고 정상 배아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어차피 유전자 상태가 별로면 착상해도 금방 화학적 유산이나 계류되니까 난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12개 이상은 무사히 잘 냉동 되었으면 좋겠는데 흠. 그래야 삼세판이라고 이식 3번은 시도해볼 것 아닌가.

 

그리고나서 시계를 봤는데 난 분명 병원에 8시 50분까지 왔는데 12시 40분이 넘어 있었다. 약국 가서 약도 받아야 하는데..

집에 가는데 눈이 정말 많이 내렸다. 온갖 방지턱과 요철을 지나갈 때마다 내 그랑죠가 그렇게 흔들린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말도 못할 고통이 나를 덮쳤고 나는 남편에게 온갖 성질을 냈다. 운전 조심히 하라고. 흑흑. 안 흔들리는 차 사자고 난리쳤다. 에어 서스 내놔.

 

집 가는 길에 포카리스웨트 사서 집에 가자마자 침대에 눕고 계속 마셨다. 화장실 가려고 일어날 때마다 생리통 저리 가라 콕콕 쑤시는 느낌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 했다. 그렇다고 화장실 안 가면 장기를 눌러서 배가 아파서 안 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3-4번 가고 나니까 조금씩 덜 아픈 듯 했다. 한 1시간 30분 자고 일어나니까 남편이 낮잠 자느라 코를 너무 세게 골아서 잠도 안 와서 거실로 나가서 누워 있었다. 남편이 일하러 갈 줄 알고 엄마 아빠를 미리 저녁에 불러놨는데 족발을 사왔다.

족발 먹으면서 이야기하다가 웃겨서 빵 터졌는데 너무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한 번 웃기 시작하니 진정이 안 되었다. 결국 엄마 아빠한테 얼른 집에 가라고 소리 질렀다. 배 잡고 뒹굴뒹굴 구르면서. 엄마 아빠는 서둘러서 가다 문이 닫힐 때까지 웃긴 소리를 하다가 갔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남편까지 덩달아 웃어버리는 바람에 나도 웃겨가지고 배에 힘 주다가 극한의 고통을 경험했다. 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 흐억

너무 아파서 그냥 눈 감고 누워만 있었다. 화장실 가려고 일어날 때 다시 아파서 슬펐다. 너무 아파서 자다가 깨고 그랬다. 포카리스웨트 마셔서 화장실은 계속 가고 싶은데 일어날 때마다 아프다. 그나마 설사라서 괜찮은 건가. 소변 볼 때 빨간 피 묻어나와서 좀 그랬다.

#난자 채취 후 2일차

8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괜찮겠지 하고 일어나는데 어제보단 괜찮지만 그래도 콕콕 쑤신다. 남편이 일하다 중간에 와서 밥 차려주고 치워주고 간다. 아침도 차려줘서 소파에서 먹었다. 조금만 먹어도 숨차게 배부르다. 오늘부터 복수 차는 게 심해진다는데 내가 보기엔 똑같았다. 계속 배가 나와 있어서 차이도 잘 모르겠다. 반지 끼는 게 힘든 거 보니 그냥 부었나보다 생각했다. 소파에 앉아있거나 힘들면 누웠다. 점심에 남편이 꼬리곰탕 먹으러 가자 해서 나가서 먹었는데 차 타니 좀 어지러웠다. 집에 와서 쉬니 좀 나아져서 넷플릭스 시즌 다 몰아서 본다. 포카리 스웨트는 옆에 끼고 계속 마셨다. 화장실은 2시간에 한 번씩 간 것 같다. 방광 차면 장기 누르니까 배 아프면 바로 화장실 갔다. 다들 변비로 고생한다는데 나는 설사라서 힘들었다. 화장실 갈 때마다 거의 같이 나왔다. 소변 볼 때마다 피가 약간씩 묻어나는 게 조금씩 옅어진다.

#난자 채취 후 3일차

역시나 잘 자고 8시쯤 일어났다. 어제보다 한결 나은 것 같다. 소변 보니 이제 피도 거의 안 묻어나는 것 같고. 다만 설사는 계속 지속된다. 남편 아침 차려주고 약 챙겨먹고 숨이 차서 소파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었다. 좀 무리하게 움직이면 아파서 살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최대한 앉아 있다가 눕기도 하고 그랬다. 포카리스웨트를 옆에 두고 조금씩 마셨다. 남편 점심에 오기를 기다려서 순대국 나가서 먹고 남편 일하는 가게에 1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눈썹 파마를 하러 갔다. 계단 올라갈 때 그리 아프진 않았고 마사지대에 올라갈 때 약간 통증이 느껴졌다. 그 샵 개가 자꾸 짖어서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집 밖을 나올 때는 아닌데 너무 무리했나 싶었다. 몸이 이유없이 자꾸 힘들었다. 남편이 일하다 집으로 데려다줘서 포카리스웨트 마시고 누워있다가 잠들었다. 자고 나면 확실히 몸이 좀 회복된 게 느껴진다. 저녁엔 맘스터치 버거세트 먹고 배불러 하다가 약 먹고 잠들었다.

#난자 채취 후 4일차

잘 자다가 남편이 운동 간다고 6시 알람 해놔서 깼다. 그 뒤로 잠이 안 와서 이렇게 후기를 쓴다. 집안일도 슬슬 해야 하는데 세탁기라도 돌려야겠다. 마침 밖이 너무 추워서 베란다 근처만 가도 너무 춥다. 좀만 추워도 설사가 심해져서 오늘 벌써 아침에만 5번 다녀온 것 같다. 흑흑. 그렇다고 안 가면 방광이랑 장이 난소를 눌러서 너무 아프다. 화장실에서 엉엉 거리면서 배출해야하는 어려움이 ㅜㅜ 아니 다들 이런 거 어떻게 버틴 거야! 무슨 난자 채취 안내에는 하루만 쉬고 다음날 회사 가도 된다는데 개뿔! 나는 지금까지 힘들다. 뭐 피 나오고 어지럽고 그런 건 아니지만 정상 생활을 하기엔 문제가 있다. 이제 와서 좀 검색 해보니 보통 10~15개 뽑는다고 한다. 그 이상은 난소과자극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쩐지 내 옆 사람들은 7개 뽑았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면 잘 나온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채취 직후 수술방 회복실에 오래 누워있었구나. 나는 20개니 더 아플 수도 있지. 팀 분은 30개 뽑아서 복수가 차가지고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난자 채취 후 누워 있어도 아팠다고 했다. 나는 첫 날에도 누워있을 땐 안 아팠는데.. 흑 엄마는 위대하다. 난임센터 다니는 예비 엄마들은 더 위대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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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면서 난임센터 다니는 건 진짜 힘든 일이다. 나는 회사에서 다행히 난임치료휴가를 지원해줘서 2일 휴가 내고 주말 껴서 이렇게 쉬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버텨서 한 걸까 대단..

그리고 눈이 이렇게 많이 와도 난임센터가 이렇게 바글거리는데 출산율 낮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된다. 출산율 낮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 다 난자 채취 겪어봐야 한다. 없는 난소도 달아서 나팔관 조영술이랑 난자 최소 10개 뽑기 체험 시켜줘야 한다. 뇌 자극해서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해줄 수 없는 건가? 자연 임신은 진짜 복이다 복.

진단서 떼고 보건소 갖다 내고 서류 받으면 다시 난임센터에 내야 하는 거 번거롭다. 그냥 다 자동으로 할 수 없는 건가. 남편이 자영업이라서 막 시키긴 하는데 둘 다 회사원이면 다 휴가 내고 가야하는 거잖아? 진짜 이해 안 된다.

병원 자주 가는 것도 자율출근제라서 아침에 모닝진료 후딱 갔다가 10시쯤에 출근하면서 하면 되는데 아니면 아예 일찍 출근해서 4시쯤 퇴근해서 오후 진료 보거나.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오는 걸까 궁금하다.

 

아 그리고 경기도 광주에 살아서 좋은 점은 소득에 상관없이 지원을 해준다는 점이다. 시험관 신선배아(시험관 처음 할 때 무조건 신선배아)는 110만원, 동결배아(수정란 배양한 것 얼리고 나서 자궁에 착상만 시킬 때)는 50만원 정도 지원해주는 것 같다. 인공수정은 정자 튼튼한 거 골라서 자궁 깊숙이 넣어주는 거라 30만원 정도 지원해준다. 횟수는 신선 9회(난자 채취 9번 까지 윽..), 동결 7회, 인공수정 5회라고 한다. 그 안에 임신 안 되면 불임이라고 보는 것인가..

경기 광주 보건소 2023년 난임치료 지원 횟수 및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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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동결배아를 하려고 하시는데 내 난소가 이번에 난자를 20개나 뿜뿜하느라 고생했을 것 같아서 난소가 적당히 쉬게 생리 2번째때 온다고 했다. 4-5월쯤? 그리고 배에 주사 맞기도 싫었다. 너무 주사 자국이 늘어난 것도 보기 싫었고 아프고.. 워낙 소살이라 튼튼하고 커터칼에 스친 베인 손가락 살도 10분만에 붙어서 그렇지 안 그런 피부였으면 진짜 징그러웠을거다. 그냥 뽀얀 뱃살에 붉은 점 같은 게 보여서 괜찮긴 한데 내가 마음에 안 든다. 시어머니가 시누이 자궁을 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자궁도 약하고 난자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어서 내가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해보니까 절대 안 된다.

난자 채취 전에 의사 쌤께 난자 기증하기 위한 난자 추출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수정란 만들기 위한 추출과 따로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었다. 난자 채취 더럽게 아프고 내 자식 낳을 거니까 하지 이거는 난자 공여하기 위해 난자 채취를 따로 할 마음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 아니다. 이번에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엄마 아빠 내 남편까지 다음에 절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난자 채취할 때 수정란을 얼려야 하는 거라 남편 사인도 받아야 하는데 남편이 다음 번엔 절대 안 해준다고 했다.

애 안 생기면 안 낳는 거지 그런 일은 더 하기 싫다고 했다.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는 것도 잘못될까봐 너무 긴장하고 초조했다고 한다. 수술방 바로 근처에 신생아실이 있었는데 드라마에서 출산 기다리는 남편의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고 했다.

오늘 새벽에 깨서 난자 채취로 검색해보니 저 과정을 진행했는데 난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제 시간에 주사를 안 맞거나 난소가 노화되어 호르몬에 반응을 잘 안 하는 경우. 그런 경우에 비하면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서 포도알 열리듯이 주렁주렁 20개 나온 거 보면 복 받은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다낭성이라 생리도 2-3달에 한 번씩 하기도 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쉬고 싶을 때 자유롭게 쉰다. 1년에 5-6번 생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추우면 알아서 생리를 잘 안 한다. 난소도 겨울잠을 자는 건가?

살 좀 빼야지. 너무 살쪄서 이번에 복수 찰 때 복수가 찬 건지 살 찐 건지 헷갈렸다. 육안으로 구별이 안 되니까(?) 별로 스트레스는 안 받고 심적으로 가볍게 진행한 것 같다. 부었는지 확인할 때 주로 남편 배와 비교했는데 남편도 배가 만삭처럼 나와서(?) 별로 비교도 안 됐다. 남편이 AB형이고 내가 O형인데 만약에 내가 임신해서 출산할 때 피 많이 흘리면 어쩌지. 가뜩이나 저혈압인데. 남편한테 헌혈증이나 많이 모으라고 했다. 아니 왜 남편은 AB형이라서 자식 낳아도 A, B형이라 나한테 피 줄 사람이 없잖아! 도움이 안 된다!!! 으휴. 내 팔자. 급하면 울 아빠한테서나 뽑아내야지. 딸 때문에 고생할 우리 아빠에게 애도의 묵념.

 

난자 채취하고 바로 신선 배아 이식하는 경우도 있고, 다음 기간에 동결 배아 이식하는 경우도 있다. 난자 채취하고 쉬든 안 쉬고 바로 진행하든 임신률이나 장애 발생률에 의학적으로 차이가 있진 않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냥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람의 몸을 찌르고 피가 나고 했는데 몸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내가 무슨 애 낳는 기계도 아니고. 무슨 일을 하다가 손을 베어서 좀 피가 난 날도 조금 피곤한데 여린 장기쪽을 찔려서 피가 났으니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진행하는 게 나와 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좀 나을 것 같아서다. 아직 만 35세가 지나지 않았으니 그리 조급할 것도 없기도 하고. 2-3달 동안 회사 다니면서 틈틈이 운동하고 채식 자주 해서 몸 좀 만들어서 건강하게 임신하고 싶다.

끗. 포카리 스웨트 먹고 누우러 다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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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시험관 이식 비용 나라에서 지원해줘서 좋긴 한데 자연 임신이 최고인 것 같다. 사회 환경이 임신, 출산을 하든 육아를 하든 마음 놓고 커리어를 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늦게 결혼하지 않아도 되고 늦게 애를 낳을 필요도 없고 그냥 얼른 눈 맞아서 남자랑 가정 만들고 애 만들어도 대학도 다니고 대학원도 다니고 편견 없이 직장도 갈 수 있으면 이런 고생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출산율이 점점 감소해서 사람이 부족해지고 직장에서 차별 받던 여자가 점점 일터에 더 많이 보이고 출산하고도 일을 다시 하러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지만 출산 휴가 기간의 공백을 누군가가 채워서 자신이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에 다시 적응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일 하느라 실적 안 나오니 계속 눈치를 보며 출근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은 상황인 게 소규모 회사는 일을 그만두라고 눈치를 준다. 첫째까지는 출산휴가 3개월 휴직하고 돌아와서 조금 다른 일로 업무를 재개했지만 둘째를 출산한다고 하자 일을 그만두라고 사직을 종용한 경우도 들었다. 애를 낳아도 도우미 쓰면 돈이 많이 들고 여자가 월 350 이상 버는 거 아니면 육아 도우미 비용이 더 비싸서 직장을 그만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 그냥 남자가 야근을 하든 돈을 더 벌어오고 여자는 직장을 그만 두고 육아 하는 게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애를 못 낳지. 나도 2명까지 가질 생각인데 2번 낳으러 가면 눈치 보여서 쌍둥이로 한 번에 낳고 싶은데.

 

그 이상을 벌긴 하지만 내가 계속 일하는 게 맞는 것인지 문득 고민하게 된다. 워킹맘들은 아마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매번 고민하지 않을까. 여러 인턴 생활 할 때 엄마가 워킹맘이었던 사람 중 인성이 잘 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그런데 나는 집순이이고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지만 아무 성취감 없이 직장 안 다니고 남들 아무도 안 알아주는 집안일을 하다간 우울증이 올 것만 같다. 지금이야 남편이 애 낳으면 본인이 기른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약간 못 미덥긴 하다. 내가 낳은 애는 날 닮아서 신경이 예민할텐데 쩝. 뭐 그건 낳고 나서 고민하면 되려나. 상황 봐서 스스로 현명한 선택하길 빈다. 직장에서 사람에 치여도 월급쟁이가 마음이 든든하고 좋긴 해서 별 특별한 이유 없으면 계속 다니긴 할듯. 그리고 일이 매번 바뀌어서 어렵긴 해도 재미는 있기도 하고. 앞으로 3-4년까지는 애 낳고도 잘 다닐 것 같기는 하다. 또 혼자 너무 저 멀리까지 고민해버렸네.

 


WRITTEN BY
호두만듀
생활형 블로그 심심할 땐 끼적끼적 바쁠 때도 끼적끼적 자나 깨나 끼적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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